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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0-31 11:08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 유시 아들레르 올센 | 살림 | 2012.10.29

덴마크가 배출한 천재적인 작가, 유시 아들레르 올센의 치명적인 유혹
2012 배리상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 덴마크와 스페인에 이어 독일 60주 연속 베스트셀러 기록

  유시 아들레르 올센의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468  

지금껏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끔찍한 형벌
그 극한의 고통 앞에서도 자비를 애원하지 않는 여자의 고독한 싸움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는 살인 사건 전담반에서 미결 사건 특별 수사반으로 밀려난 수사관 칼이 5년 전 사라진 여성 정치인의 실종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특이하게도 2002년 피해자의 상황과 2007년 수사관의 상황이 역으로 맞물리면서 점점 그 간극을 좁혀 가고, 그와 함께 두 가지 다른 시선이 어우러지며 팽팽한 구도를 이어 간다. 독자들은 첫 장면에 묘사된 피해자의 독백에서부터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낯설고 격리된 공간에 내팽개쳐진 여자는 손끝에 피가 맺힐 때까지 미끄러운 벽을 긁어 대지만, 두꺼운 유리창과 묵직한 철문만이 여자를 두려움 속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인체 실험을 방불케 하는 범인들의 고문이다. 일 년 동안 계속되는 칠흑 같은 어두움과 다시 일 년 동안 계속되는 대낮 같은 밝음은 여자를 극한의 상태로 몰고 간다. 고문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굳게 닫힌 공간을 육중하게 내리누르는 공기의 압력은 점점 위력을 더해 가며 여자의 폐와 신체 조직을 조금씩 조금씩 으스러뜨린다. 여자는 이곳에서 한없이 무력하지만 어떻게든 스스로를 지켜야만 한다고 다짐한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여자는 결코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다. 과연 여자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원인과 결과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피해자는 누구이고 가해자는 누구인가 “조용히 해, 널 죽이려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너에게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을 기회를 주는 거야. 질문에 대답만 해. 우리가 왜 널 여기에 가두고 있을까?”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비틀린 목소리는 더할 수 없이 잔인하다. “왜 널 여기에 가두고 있을까?” 이것이 이 책에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중요한 질문이다. 도대체 가해자는 누구이고 피해자는 누구인가? 왜 젊고 매력적인 여성 정치인이 이곳에 갇힌 것일까? 그러나 여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누가 자신을 이곳에 가두어야만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럴수록 형체 없는 목소리는 그녀를 유린하며 답변을 강요한다. 수사관 칼과 조수 아사드가 밝혀낸 일련의 증거는 그림자 없는 범인의 뒤를 위협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원인과 결과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자신하는 순간에도 그들의 믿음은 보기 좋게 배반당하고 만다. 사건의 연관 관계는 드러날 듯하면서도 어느 순간 모호해진다. 끔찍한 감금은 지속되고 독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점점 더 증폭된다. 단순히 어떻게 해서 한 여자가 수년 동안 격리된 공간에 갇힌 채 자신의 자아를 지켜 내는지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은 돋아나는 소름을 주체할 수 없을 것이다. 유시 아들레르 올센의 간결한 문체와 섬뜩한 묘사는 그런 상상을 돕기에 가혹할 정도로 충분하다.

평범하면서도 매력적인 인물들이 엮어 내는 치밀한 스토리
암울한 배경 속에 절묘하게 녹아든 위트 있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하는 인물 설정과 묘사는 소설과 드라마의 경계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주요 장치이다. 이 책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범죄자와 수사관은 물론, 상사와 부하, 가족과 동료 등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스토리가 치밀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동료들의 죽음과 사고를 겪으면서 외상 후 장애에 시달리는 수사관 칼 뫼르크는 오랜 경찰 생활로 인해 신경질적이고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가슴 한구석은 여전히 따뜻하다. 그의 조수인 아사드는 고무장갑을 끼고 맛없는 커피를 내오고 사무실을 청소하는 와중에도 뛰어난 직관력과 추리력으로 칼을 놀라게 만들지만 결코 밝힐 수 없는 비밀이 있다. 두 사람은 서로 너무나 다르지만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서로를 조금씩 인정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어지러운 칼의 인생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인물들도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휴대전화를 울려 대는 이혼한 전 부인, 늘 칼에게 반항하는 사고뭉치 의붓아들, 그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신경과민인 세입자가 빚어내는 블랙코미디는 책 전반에 걸쳐 이어지면서 작품에 독특한 색깔을 덧입힌다. 그들의 삶에는 저마다의 비극이 담겨 있다. 유시 아들레르 올센은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힘들여 포장하지 않고도 암울한 배경 속에 위트 있게 녹여 낼 줄 안다.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들의 위선과 양심이 교차하는 순간에도 그런 저자의 실력은 유감없이 드러나며, 용의자들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보류하게 만든다. 그야말로 왜 유시 아들레르 올센의 작품이 전 세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까닭에 비단 추리 소설 독자가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물론 범죄 소설과 미스터리 소설을 찾는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조금의 모자람도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누구라도 일단 이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하면 그 외의 다른 일들은 모두 일시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서평이 꼭 들어맞는 이유이다. 마지막 책 장을 덮고 나면 자주 언론에 의해 요 네스뵈와 스티그 라르손 등에 비견되지만 정작 스스로는 다른 작가와의 비교를 거부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유시 아들레르 올센의 당당함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줄거리

2002년 3월 쌀쌀한 초봄의 어느 날, 젊고 진보적인 유력한 여성 정치인 메레테 륑고르는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실종된다. 흥분한 미디어는 앞다퉈 가며 정치적 살인과 자살에 가능성을 두고 근거 없는 추측만 늘어놓는다. 경찰은 즉각 광범위한 수사를 펼치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말 그대로 메레테 륑고르는 지구 표면에서 감쪽같이 종적을 감춰 버렸고, 수사는 그대로 종결되고 만다. 그로부터 5년 뒤, 수많은 강력범죄를 수사해 온 칼 뫼르크가 이 사건을 맡으면서 수사는 결정적인 진척을 거둔다. 칼 뫼르크와 조수인 아사드는 이전의 수사에 커다란 허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메레테 륑고르의 행방을 뒤쫓는 일에 박차를 가한다. 메레테 륑고르는 살해되지도 자살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철저한 암흑 속에 갇혀 있을 뿐이다. 과연 누가 그녀를 가두었으며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 여자가 이토록 끔찍한 고문을 견뎌 내는 건 가능한 일일까?

[출처] 유시 아들레르 올센의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러니의 스릴러 월드) |작성자 러니